용서의 의미

살아가면서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로부터 가슴 아픈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녀를 사랑으로 돌보지 않는 부모, 부모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자녀, 아내 혹은 남편을 무시하고 속이는 배우자, 우정이 아닌 배신으로 우리는 아무런 잘못 없이 희생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일들은 분노, 억울함, 슬픔과 같은 수많은 부정적 감정과 상처를 남겨 우리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게 돼요.

‘용서(容恕)’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다른 사람이 지은 죄나 잘못에 대하여 꾸짖거나 벌하지 않고 너그럽게 봐주는 것’을 의미해요. 溶(얼굴 용)은 ‘포용하다’라는 뜻이며, 恕(용서할 서)는 마음 심(心)과 ‘같을 여(如) 자가 합쳐진 형태로 ‘마음이 같아진다’ 라는 뜻으로 이는 가식이 아닌 진심이어야 함을 나타내고 있어요.

용서를 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마음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몰아내는 것으로, 이런 감정들이 있는 한 진정한 용서는 어려워요. 용서와 유사한 화해가 있는데, 용서는 상처받은 주체가 되는 행위이고, 화해는 상처를 입힌 사람이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화해와 용서 모두 새로운 나,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게 이끌어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요.

상처를 치유하는 수용 단계

먼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해요. 당신의 고통은 어느 누구의 고통보다 중요해요. 당신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소중하게 여길 필요가 있으며,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겸손이 아니라 자기를 부정하는 것이 돼요. 내면의 감정을 판단하거나 부인하거나 무시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회복이 가능해요.

둘째로, 복수심을 버려야 해요.
누군가 고의적으로 당신에게 잘못을 저질렀을 때 받은 고통을 다시 돌려주고 싶은 생각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복수를 했다고 해도 만족은 순간이며 평화로움을 얻기 힘들어요. 진정한 만족과 평안은 상처를 되돌려 주었을 때가 아니라 당신이 상처 받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수용했을 때임을 깨달아야 해요.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수용을 해야해요. 수용은 반드시 화해를 필요로 하지 않아요. 당신은 누군가를 받아들이고 화해할 수도 있고, 수용은 하지만 화해는 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어느 쪽을 선택하든 당신이 가장 안전하게 시작할 수 있고 편안하게 수용할 수 있으면 돼요.

용서는 수용하는 것

수용은 상처를 입힌 사람이 도움이 되지 않거나 뉘우치지 않았을 때 반응하는 적극적이고 힘찬 방법이에요. 상대에게 무엇을 요구할 필요가 없고, 거짓으로 용서를 하거나 거부하는 것과 달리 고통을 조절하고 상처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하버드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 주디스 허먼은 저서 ‘Trauma and Recovery’에서 내가 받은 상처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지만, 그것을 회복하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다고 말해요.

즉 상처를 준 상대에게 보상과 처벌을 요구할 수 있지만, 어떻게
살아남고 상처를 극복할지를 결정할 자유는 나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에요. 이 자유의 효과는 엄청나서 이
자유를 통해서 어떻게 앞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결정하는 힘을 얻을 수 있어요. 또한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려고
할 때 당신은 힘을 얻고 고통스러운 과거와 화해할 수 있어요.

최근 미국 하버드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홍콩, 우크라이나, 콜롬비아 등에서 2주간 4천600여명을 대상으로 용서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고, 참여자들에게 ‘용서 워크북’을 작성하게 했어요.

용서 워크북이란, 내면의 분노와 억울함 등의 감정을 살펴보고 감정을 흘려 보내는 훈련을 하는 일지인데, 작성 결과 용서 워크북을 실천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우울감, 불안감이 유의미하게 감소했고, 과거를 회상하는 빈도가 이전보다 줄어들었다고 해요.

그는 1995년 자신의 어머니가 강도에게 살해당한 후 살인자를 용서하는 문제를 놓고 오랜 기간 연구 끝에 용서의 기술 5단계를 제시했어요.

첫 번째, ‘상기하기(Recall the heart)’는 상처를 부인하지 않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에요.

두번째, ‘공감하기(Empathize)’는 나에게 상처를 가한 사람과 입장 바꿔 생각해 보는 것이에요.

세 번째, ‘타심 갖기(Altruistic)’는 상대를 축복하고 자신 안의 자유를 갖는 것이에요.

네 번째, ‘약속하기(Commit)’는 상대를 용서하기로 나 자신과 약속하는 것이에요.

다섯 번째는 ‘견디기(Hold on)’로 용서하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에요.

상처와 분노는 나의 삶을 갉아먹는 독이에요. 그래서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용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에요.